“머스크가 화성 가다 맹장 터진다면?”…대책은 AI·로봇 수술 [퓨처+]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2-18 09:47
입력 2025-12-18 09:47

귀환 불가 환경에서 의료는 어떻게 작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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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3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필라델피아로 이동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3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필라델피아로 이동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중국 유인 우주선 선저우 20호의 귀환 일정이 우주 파편 충돌 우려로 변경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장기 우주 체류 임무에서의 안전성과 비상 대응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구에서 수개월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 하나만으로도 귀환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외과적 응급 상황에 대한 대비 필요성도 함께 거론된다.

18일 공개된 한국항공우주의학회지(KJAsEM) ‘우주에서의 외과수술’ 연구에 따르면, 유인 화성 탐사와 같은 장기 임무에서는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의료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연구는 7명 규모의 화성 탐사 승무원을 가정할 경우 평균 2년 5개월에 한 번꼴로 외과적 응급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달까지는 편도 2~3일이면 도달할 수 있지만, 화성은 가장 가까울 때도 편도 8~9개월이 걸린다. 탐사와 귀환을 포함한 전체 임무가 2~3년에 달하는 만큼 임무 도중 발생하는 외상이나 급성 질환에 대해 즉각적인 귀환이나 지구 의료진 개입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 극미중력, 수술 환경을 바꾸다

우주에서 수술이 어려운 가장 큰 요인은 극미중력 환경이다. 중력이 거의 사라지면 체액이 하체에서 머리 쪽으로 재분배되고 인체는 이를 체액 과다로 인식해 전반적인 체액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반응한다. 이로 인해 비교적 적은 출혈에도 저혈량성 쇼크 위험이 커지고 심근 기능 약화로 수술 중 저혈압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장기 체류 시 근력과 골밀도가 감소해 작은 충격에도 골절 위험이 커지고 면역 체계 변화로 상처 회복이 늦어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수술 환경의 물리적 제약도 크다. 개복이나 개흉 수술을 할 경우 혈액과 장기가 공중에 떠다니며 시야 확보가 어렵고 수술 기구가 흩어져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연구는 우주 환경에서는 개방형 수술보다 최소 침습 수술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로봇·AI가 대안으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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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 수술 콘셉트 이미지. 화성 탐사 등 장기 우주 체류 환경에서 의료 대응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23rf
AI·로봇 수술 콘셉트 이미지. 화성 탐사 등 장기 우주 체류 환경에서 의료 대응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23rf


실제 발생 가능 질환으로는 맹장염과 담낭염이 대표적이다. 두 질환 모두 갑작스러운 복통과 염증을 동반하며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맹장염이 의심돼 우주비행사가 조기 귀환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외상성 질환 역시 극미중력 환경에서 자세 불안정과 장비 충돌로 두부·흉부·복부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한계 속에서 연구가 제시한 대안은 로봇을 활용한 원격·최소 침습 수술이다. 실제로 ISS에서는 초음파 기반 진단이 이뤄지고 있으며 3D 프린터를 활용해 의료·수술 기구를 제작하는 실험도 진행됐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해저 환경에서 달 탐사를 가정한 원격 로봇 수술 실험을 통해 담낭 제거와 신장 결석 제거에 성공한 사례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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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 패스파인더 탐사선이 촬영한 화성 표면 파노라마 이미지. 약 100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제작됐으며, 암석과 토양의 차이를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색 보정이 이뤄졌다. 화성은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 장기 체류 중 의료·안전 대응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NASA/JPL-Caltech
미 항공우주국(NASA) 패스파인더 탐사선이 촬영한 화성 표면 파노라마 이미지. 약 100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제작됐으며, 암석과 토양의 차이를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 색 보정이 이뤄졌다. 화성은 지구와 멀리 떨어져 있어 장기 체류 중 의료·안전 대응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NASA/JPL-Caltech


다만 화성 탐사에서는 또 다른 제약이 있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통신 지연은 최대 24분에 달해 외과 수술에 필수적인 실시간 조작이 어렵다. 이에 따라 생존에 필수적인 처치만 시행한 뒤 신호가 닿는 지점까지 이송하는 방식이나 의학 지식을 내장한 지능형 시스템이 우주비행사를 단계별로 안내하는 방식이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연구진은 우주에서의 외과수술이 아직 기술적·윤리적 과제가 많다고 전제하면서도 장기 우주 탐사가 현실이 된 이상 더 이상 이론에 머물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화성 이주를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도 상징적으로 거론된다. 실제 탑승 여부를 떠나 화성처럼 지구로의 즉각적인 귀환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누구든 외과적 응급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우주 수술과 AI 의료 보조 기술은 특정 인물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미래 우주 탐사에 참여할 모든 인간을 전제로 한 준비라는 설명이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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