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광주비엔날레 양안 경쟁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수정 2026-09-07 04:50
입력 2026-09-07 00:57
이미지 확대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토요일 개막했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의 메인 전시와 함께 27개 국가·도시·문화기관이 참여한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문화시설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의 중국관은 지금 비어 있다. 전시를 기획한 중국 국립미술학원 대표단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이 대만관(Taiwan Pavilion)의 명칭을 허용함에 따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고 반발한다. 반면 대만에선 “대만 외교가 거둔 보기 드물고 아름다운 승리”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현대미술은 정치 상황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동시대를 해석하고 비판하는 것은 이제 미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됐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자취를 감췄던 러시아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관은 문을 열지 못했다. 러시아는 ‘정치적 폐쇄’라고 주장했지만 유럽연합은 ‘러시아관 개방은 러시아를 돕는 정치 행위’라고 반박했다.

중국관 전시는 정치적 의도가 가득해 보였다. ‘철의 실크로드’라는 주제로 유라시아 횡단 열차, 범아시아 철도 구상, 중앙아시아 연결 철도망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문화의 이름을 빌려 뒷받침하는 느낌이다. 타이완섬의 역사적 맥락과 지정학적 의미를 다루었다는 대만관의 ‘인스턴트 던전-회색지대’도 정치 색채가 짙다.

홍역을 치르고 있는 광주비엔날레는 국가·기관 단위의 파빌리온 운영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광주비엔날레가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에는 광주비엔날레가 외면할 수 없는 문화축제가 됐다. 중국은 ‘대만에 당한 일격’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광주에 몇 배의 공력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하정웅미술관의 ‘중국이 떠난 중국관’도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2026-09-07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