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으면 경악할 만한 제목이다. 어쩌면 혐오스럽기까지 한데 포스터를 보면 순정만화다. 여주인공이 췌장암에 걸린 시한부 여고생이라는 것을 알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해도 내 췌장이 기능을 잃었다고 해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발상은 엽기적이다.
그러나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고백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주인공 사쿠라(하마베 미나미 분)는 첫 등장부터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소년(키타무라 타쿠미 분)에게 “아픈 부위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말이 있다”고 그 말의 의미를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그의 췌장을 먹고 싶은 진짜 이유는 아니다.
이미지 확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는 찬란할 정도로 아름답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교정을 배경으로 모든 남자들의 첫사랑 비주얼이라고 불러도 좋을 미소녀와 수줍은 소년이 마음을 키워간다. 남은 날들을 더 가치 있게 살아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소년에게 사쿠라는 말한다. “누가 먼저 죽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내가 내일도 살아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한부 환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는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목숨이다. 그렇기에 환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모두에게 하루의 가치는 똑같다고 사쿠라는 말한다.
그렇게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해, 그리하여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음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며 사는 소년에게 사쿠라는 “산다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말한다. 산다는 건 사랑하고 미워하고 즐거워하고 우울해하는 일. 어쩌면 상처를 두려워하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사는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 거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