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한글 금속활자, 인사동 땅속에서 나왔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업데이트 2021-06-30 01:38
입력 2021-06-29 22:08

ㅭ 등 15세기 동국정운식 표기법 확인
항아리 안에 조선 전기 활자 1600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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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에서 발굴한 항아리에서 조선 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및 한문 금속활자 1600여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활자(1455년 무렵 제작)보다 앞선 세종 갑인자(1434년)로 보이는 활자도 확인됐다. 사진은 글자 확인이 수월하도록 좌우를 반전시킨 모습.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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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시기 표기법이 반영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점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때 사용된 다양한 금속활자가 한곳에서 발견된 건 처음이다.

문화재청과 수도문물연구원은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인사동 79)에서 진행한 발굴 조사 결과 땅속에 묻힌 항아리 안에서 금속활자를 무더기로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이 금속활자들은 서체와 한글 표기, 크기 등으로 미뤄 갑인자(1434), 을해자(1455), 을유자(1465) 등 15~16세기에 제작된 최소 5종의 활자가 섞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돼 사용됐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한글 금속활자의 출현이다. ‘동국정운’은 세종의 명으로 신숙주, 박팽년 등이 조선한자음을 바로잡기 위해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음에 관한 책으로, 중국 한자음에 사용된 ㅭ, ㆆ, ㅸ 등을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백두현 경북대 국문과 교수는 “책에서만 보던 자형들이 실물로 처음 나타났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아울러 한글 토씨인 ‘이며’, ‘이고´ 등 두 글자를 하나의 활자에 표기한 ‘연주활자’(連鑄活字) 10여점도 발견됐다.

현재까지 전해진 가장 이른 조선 금속활자인 세조시대 을해자(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보다 20여년 앞선 세종시대 갑인자로 추정되는 한자 금속활자가 다수 발견된 점도 고무적이다.

추가 연구를 통해 갑인자로 확정되면 구텐베르크가 1450년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 활판 인쇄를 시작한 것보다 이른 시기에 제작된 인쇄본과 금속활자를 동시에 갖게 된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1-06-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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