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벤저스 떴다…“진짜 어벤저스도 가능 ㅋㅋ”

신융아 기자
수정 2018-01-24 09:55
입력 2018-01-23 22:30
영화 ‘비밥바룰라’ 4인방 인터뷰
노인 한 명도 주연으로 나오기 힘든 마당에 7080 원로 배우 넷이 모였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비밥바룰라’에서다. 주인공은 1965년 드라마 ‘긴 귀항 항로’로 데뷔한 박인환(73),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신구(82), 1969년 MBC 공채탤런트 1기 임현식(73), 1969년 영화 ‘내장성의 대복수’로 데뷔한 윤덕용(76). 이들의 연기 경력만 합쳐도 207년이다.
영화사 김치 제공
‘비밥바룰라’는 평생지기인 70대 노인 네 명이 모여 그동안 꿈꿔 왔던 각자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는 휴먼 코미디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영환(박인환)은 친구들끼리 한 집에 모여 살기를 꿈꾸며 집을 마련하고 친구들을 모은다. 자신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미혼인 현식(임현식)이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이끌고, 오래전 마을을 훌쩍 떠난 뒤 곤란한 처지에 있던 덕기(윤덕용)를 찾아내 어려움에서 구해준다. 순호(신구)는 치매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 미선(최선자)의 기억을 되돌리고자 영환과 현식의 도움을 받아 추억의 장면을 재현한다.
배우들도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극에서나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임현식은 “‘비밥바룰라’는 그 당시 최고 히트곡으로 가사는 ‘비밥바룰라, 쉬즈 마이 베이비’ 한 소절밖에 몰라도 교복 입고서 신나게 트위스트 추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최고참 배우 신구는 “경북 영양에서 합숙하면서 매일 촬영이 끝나면 시장 치킨집에 둘러앉아 배우, 스태프들과 다 같이 맥주 마신 게 새삼 기억에 남는다”며 “사실 이 나이가 되면 친구들과 모여서 술 마시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윤덕용은 “젊어서는 옆 사람이 나보다 좋은 배역을 맡으면 질투가 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욕심을 버리니 오랫동안 건강하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인환도 “젊어서 사랑에 빠진 남자주인공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나이가 드니까 일거리가 더 많아졌다.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활약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한 톤을 유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르는 장면들도 있다. 박인환은 “집을 나가 친구들과 살겠다고 얘기하는데 어린 손자가 유치원에 가지 않고 할아버지랑 놀아주겠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손자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 털어놓았다. 신구는 기억이 돌아온 아내에게 호기롭게 업히라고 얘기하는 장면에서 배우 최선자를 업고 일어서질 못해 손을 잡고 가는 장면으로 바꾸기도 했다.

“우리한테도 도끼와 권총을 쥐여 달라(웃음).” 진짜 ‘어벤저스’(미국의 슈퍼 히어로 액션 영화)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8-01-24 2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