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보다 ‘현실남’

이은주 기자
수정 2016-10-24 23:53
입력 2016-10-24 22:38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 식상해… 남자 캐릭터 코믹·찌질·생활 연기 변신 좋아해… 현실형 남성에게 대리 만족·공감해
‘이제 각 잡는 ‘실장님’은 가라.’삶이 고단해도 밝고 씩씩한 캔디와 외모와 스펙은 완벽하지만 성격은 까칠한 재벌 2세가 서로 엇갈리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이었다. 하지만 요즘 안방극장에서는 아낌없이 망가지는 현실형 남자 주인공들이 뜨고 있다. 물론 여성 캐릭터도 더이상 모른 척, 순진한 척만은 하지 않는다. 과거 드라마에서 실장님, 재벌 2세 등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남자 캐릭터들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망가지고 때론 찌질하더라도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에피소드도 풍부해지고 배우들의 다채로운 코믹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 식상함을 느끼고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한 방송 작가는 “팍팍한 살림살이에 지친 시청자들이 돈과 능력만 강조한 재벌 2세보다는 솔직하고 위트 있고 때론 찌질한 현실형 남성 캐릭터에 대리 만족을 하게 된 것”이라며 “평소 슈트 입고 멋있는 척만 하던 배우들의 망가지는 반전 연기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고 말했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를 연출한 KBS 김정민 PD는 “코미디 연기는 리액션이 중요하고 조금만 타이밍이 늦어도 썰렁해지는 등 상당한 내공과 연기력이 필요하다”면서 “로맨틱 코미디는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이기 때문에 대본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몫이 상당히 큰 편”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6-10-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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