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 아버지와 서양의사가 된 아들의 삶
수정 2013-05-31 00:20
입력 2013-05-31 00:00
KBS 1TV 31일밤 ‘파노라마’
1894년 조선. 서민들이 고관대작의 큰길 행차를 피해 다니기 위해 말머리를 돌려 접었다는 ‘피맛골’을 터전으로 고기를 대며 살아가던 백정이 있었다. 백정은 결혼을 해도 상투를 올릴 수 없고, 어린 아이도 백정에게 말을 놓는 것이 당연하던 때였다. 사람들은 박씨 성을 가진 그를 이름도 없이 ‘박가’라고 불렀다. 하지만 500년 넘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살아온 그도 아들 봉출이만은 자신보다 잘살기를 애타게 바랐다.
KBS 제공
KBS 1TV는 31일 밤 10시 ‘KBS 파노라마’에서 ‘백정 아버지와 서양의사 아들’ 편을 방영한다. 격랑의 개화기, 신분의 한계와 시대의 차별 속에서 평등사상의 전파자가 된 아버지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의사가 된 아들의 이야기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다. 1894년 사회제도 개혁 법령이 공포된 뒤에도 천민에 대한 차별이 계속되자 박성춘은 내무대신에게 신분철폐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올린다. 전국의 백정 마을을 돌아다니며 평등 사상을 전하던 그는 1898년 만민공동회에서 신분제 철폐를 주장하는 개장 연설을 하며 근대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어 간다.
지난 4월 개편 이후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1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 파노라마’의 야심작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5-3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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