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인 레나 정이 직업적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박민준과 멜로도 나눠야 하고, 딸 강이솔에 대한 모성애도 표현해야 하고, 엄마 이야기를 비롯해 숨겨진 과거와 엄마 이야기도 전해야 하다 보니 제가 소화해야 하는 감정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런 점에서 좀 부족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성령은 “처음에 ‘내가 잘 연기해서 혼자 힘으로 이끌어 가야겠다’라고 마음먹었던 것은 자만이었음을 깨달았다”라면서 “촬영을 거듭할수록 주인공이라는 생각은없어지고 어떻게 하면 레나 정을 잘 표현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여왕의 꽃’ 시청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자 어떤 일도 서슴지 않고, 딸에게도 한때 더없이 비정했던 레나 정을 비난하기도 했다.
김성령은 “레나 정이 끝까지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던 것을 평가해달라”라고 레나 정을 적극 옹호했다.
”때로는 많은 중년 여성들이 행복해지고 싶으면서도 현실에 안주하거나 팔자려니 하고 자기 이름을 잃은 채 살잖아요. 레나 정이 악행을 저지른 것은 잘못이지만, 행복해지려고 끝까지 노력했던 점을 봐줬으면 해요.”
그러면서 그는 레나 정이 피붙이를 버리면서까지 성공에 집착했던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나 정이 너무 너무 어렵게, 간신히, 달려와서 이제야 행복을 찾았는데 딸이 그때야 나타나서 정말 화가 나지 않겠어요? 제가 역할에 감정 이입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딸이 나를 위해 좀 포기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성령은 미스코리아(1988년) 출신으로 유명하지만, 연기자로서 명성은 그에 못 미쳤다.
그러다가 2012년부터 드라마 ‘추적자’와 ‘야왕’, ‘상속자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성령은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배우로서 대중에게 존재감을 크게 못 알렸을 때는 정말 지쳤었다”라면서 “이후 모든 욕심을 다 내려놓았더니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김성령은 여전히 우아한 역할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많아서 감사하면서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레나 정보다 더 뚜렷한 악녀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악하게 가다가 마지막에야 (악행) 명분을 보여주는 그런 역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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