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포맷’ 한류시대
수정 2013-05-06 00:02
입력 2013-05-06 00:00
중국판 ‘나가수’ 세계판 ‘우결’
#.1 중국 후베이위성TV는 최근 우리나라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엠넷(CJ E&M) ‘슈퍼스타K’의 방송 포맷을 구매했다. 오는 6월 말부터 14편짜리 ‘슈퍼스타 차이나’를 방영할 예정이다. CJ E&M은 후베이위성과 함께 슈퍼스타 차이나 제작에 참여한다.#.2 MBC ‘나는 가수다’의 중국판은 대표적인 포맷 수출 성공사례로 꼽힌다. 중국 후난위성TV가 2011년 말 포맷을 사들여 제작했다. 지난 1월 첫 방송 이후 지난달 종영 때까지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는 등 전국 시청률 1위를 달렸다. 40여개 위성채널이 난립한 중국 방송계에선 이례적이다. 김영희 MBC PD 등 제작진은 자문과 현장 지원을 통해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방송 포맷 수출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10년 터키 지상파 방송인 ‘쇼TV’에서 터키버전으로 방영된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 MBC가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과 공동 제작해 방영한 ‘우결’ 중국판이 큰 인기를 끈 데 이어 최근 세계판까지 제작됐다.
후난위성TV는 최근 MBC의 ‘아빠! 어디가?’의 포맷을 사들였다. 1가구 1자녀가 보편화된 중국에서 아빠와 아이의 교감이 공감대를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첫 방영된 MBC의 군 생활 체험 리얼리티 ‘진짜 사나이’도 벌써부터 포맷 수출이 논의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 방송 포맷 수출의 효시로는 KBS 1TV의 ‘도전! 골든벨’이 꼽힌다. 2003년 중국 국영 CCTV에 포맷이 처음 수출됐고, 2006년 다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인 ‘마인드쉐어’를 통해 베트남 국영 VTV에서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KBS 2TV의 예능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도 2009년 하노이TV에서 베트남판이 방영됐다. MBC는 2004년 CCTV에 ‘러브하우스’의 포맷을 팔아 포문을 열었다.
이후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에 팔린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KBS ‘해피 투게더-프렌즈’, SBS ‘진실게임’ 등이 포맷 수출의 명맥을 이어왔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포맷 수출의 가격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금액이 큰 것은 아니지만 문화 장벽으로 드라마 수출이 한계에 이른 시점에 부가가치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까지 방송사당 포맷 수출 누적 총액은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최근 편당 포맷 수출료가 1억원 이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은 상대방 국가의 방송제작에 직접 참여할 기회까지 얻어 포괄적인 방송시장 공략의 발판도 마련했다.
이 같은 포맷 방식 제작은 국내에선 이미 일반화된 형태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KBS의 ‘1대100’, MBC의 ‘댄싱 위드 더 스타’, SBS의 ‘결정! 맛대맛’과 같은 프로그램이 해외 프로그램의 포맷을 국내로 들여온 사례다. 케이블에선 엠넷의 ‘보이스코리아’, tvN의 ‘SNL 코리아’ ‘코리아 갓 탤런트’ 등이 눈에 띈다.
CJ E&M 관계자는 “프로그램 구입시 마케팅 전략이나 주시청자 층에 대한 분석이 담긴 ‘포맷 바이블’이란 지침서까지 받아온다”면서 “검증된 아이디어를 차용해 프로그램의 실패 위험성이 낮고,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게 강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포맷 수출이 늘면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중국의 한 방송이 제작한 ‘우상탄생’이란 프로그램이 KBS ‘청춘불패’와 흡사해 KBS가 중국 방송에 시정을 요구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3-05-0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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