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프리뷰] 1월5일 개봉 ‘원더풀 라디오’
수정 2011-12-27 00:16
입력 2011-12-27 00:00
생계형 DJ·까칠 PD ‘티격태격 로맨스’
감성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매체인 라디오. 그래서 라디오는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접속’이나 ‘과속스캔들’이 대표적이다. ‘원더풀 라디오’도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퇴출 직전의 DJ와 까칠한 성격의 PD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다소 뻔해질 수 있는 스토리지만, 영화는 다양한 사연과 개성 있는 캐릭터로 단조로움을 피한다. 주인공인 신진아(이민정)부터 심상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다. 그녀는 인기 걸그룹 ‘퍼플’ 출신이지만, ‘국민요정’으로 불리며 잘나가던 시절은 이미 지난 지 오래다. 그녀의 곁에 남은 것은 10년차 열혈 매니저 차대근(이광수)과 유일한 생계 수단인 라디오 DJ 자리뿐이다. 하지만 이 자리마저 낮은 시청률로 위태롭게 되자 이재혁(이정진)이 구원 투수로 긴급 투입된다. 새 PD인 재혁은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개편을 선언하고, 진아는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듯한 재혁과 티격태격하면서 기싸움을 벌인다.
영화는 진아가 청취자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각자의 사연을 노래로 전하는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라는 코너를 제안하면서 새 국면을 맞는다. 첫 방송은 방송 사고 못지않은 수준이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출연자들의 감동적인 사연이 전파를 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원더풀 라디오’는 이처럼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개로 진아와 재혁의 로맨스, 청취자들의 눈물 어린 휴먼 스토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여기에 진아가 걸그룹을 해체한 사연, 거대한 연예 권력의 실체 등 연예계의 뒷이야기까지 담는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좋은 ‘구슬’들을 잘 꿰지 못하고 늘어 놓은 평면적인 구성은 영화의 긴장감을 약화시키고,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스토리 역시 신선도가 떨어진다.
●적재적소 배치 ‘카메오’들의 향연
그러나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민정은 생계형 DJ 역을 맡아 발랄하면서 털털한 매력을 선보였고, 이정진도 까칠하지만 내면은 따뜻한 훈남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앞뒤 안 가리는 대책 없는 매니저를 연기한 이광수나 카리스마 넘치는 기획사 대표 역의 김정태도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인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수 이승환과 정엽, 김종국, 개리 등이 깜짝 출연하며, 장항준 감독은 DJ 진아의 뒤통수를 치는 작곡가로 등장해 재미를 준다. ‘남자의 자격’에서 이정진과 함께 출연했던 김태원은 재혁이 자주 찾는 바의 사장으로 등장한다. SBS ‘두시탈출 컬투쇼’의 이재익 PD가 시나리오를 썼고 ‘싱글즈’(2003)와 ‘뜨거운 것이 좋아’(2007) 등을 연출한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월 5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2011-12-2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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