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는데 왠지 끌려” 스테디셀러 캐릭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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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11-16 13:07
입력 2010-11-16 00:00
지난 13일 첫 방송을 한 SBS 특별기획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남자 주인공 현빈이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극 중 현빈이 맡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의 ‘김주원’역은 이미 많은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나쁜 남자’의 변형이다. 1년에 약 50편이 쏟아지는 안방극장의 등장인물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처럼 꼭 등장하는 인기 캐릭터가 있다. 흥행 필수요소인 스테디셀러 캐릭터에는 어떤 인물이 있고. 어떤 매력을 갖고 있을까. 드라마 속 스테디셀러 캐릭터를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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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재수가 없는데 왠지 끌리네!’

나쁜 남자는 박신양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SBS ‘파리의 연인’ 이후 안방극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중 하나다. 돈 많고. 똑똑하고. 미남인데 딱 한 가지 인간성이 ‘바닥’인 게 특징. 오만하고 까다롭고 인정없는 그들이 사랑을 통해 변해가는 과정은 여성에게 ‘평강공주’ 콤플렉스를 건드리며 쉼 없이 사랑받고 있다.

유형별로는 ‘독설가’. ‘사연남’. ‘허당’으로 나뉜다. MBC ‘베토벤 바이러스’의 완벽주의자 강마에(김명민)는 ‘까도남’ 중에도 전형적인 독설가 타입.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깁니다. 집에 가서 귀를 박박 닦길 바랍니다.”. “아줌마 같은 사람을 뭐라는 줄 압니까? 똥·덩·어·리!” 등 독한 말로 주변 사람을 울리기 일쑤다. ‘파리의 연인’의 한기주(박신양).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이범수) 등도 배려없는 냉정한 입담의 소유자다.

일시적으로 나쁜 남자 행세를 하는. 착한 남자 유형도 있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헌(현빈)은 교통사고로 형과 연인을 모두 잃은 후 차가워졌고. MBC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은 자신을 버린 어머니 미실 때문에 냉정해졌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따뜻했다.

결벽증에 가까운 성격이나 의외로 ‘허당’인 유형도 눈에 띈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현빈)은 폐소공포증으로 엘리베이터를 못 타고. SBS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은 야맹증 때문에 어두운 곳을 싫어한다. KBS2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는 벌레라면 질겁한다. 빈틈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가 보여준 귀여운 면이 오히려 시청자의 사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남장여자. ‘꽃미모의 수상한 그 녀석’

여성과 남성의 경계에 선 존재를 그린 남장여자는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받는 ‘핫 캐릭터’다. 남장한 윤은혜를 내세운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의 성공 이후 거의 한 해에 한편 꼴로 등장하는 단골 인물이다. 소재 자체가 갖는 극적 긴장감과 풍성한 스토리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물이 애용하고 있다.

‘커프’는 남자종업원 행세를 하는 고은찬(윤은혜)과 그를 철석같이 남자로 믿는 카페 사장 최한결(공유)의 동성애 코드가 가미된 러브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다. ‘미남이시네요’는 남성 4인조 아이돌 밴드와 합숙에 들어가게 된 수습 수녀 고미남(박신혜)과 그의 비밀을 아는 황태경(장근석)의 만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받는 사극 속에서 남장여자는 훨씬 극적인 효과를 낸다. 금녀의 벽을 남장으로 극복한 화원 신윤복(문근영)을 그린 SBS ‘바람의 화원’과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에 들어간 남장여자 김윤희(박민영)의 이야기를 그린 KBS2 ‘성균관 스캔들’ 등은 안방극장 팬에게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남장여자가 등장하는 이러한 드라마에서 꼭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여성성을 버리는 부분. 가슴을 붕대로 감는 장면이다. 2007년 여름 ‘커프’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장면은 이후 남장여자 캐릭터가 나오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사용됐다.

◇나만의 보디가드. ‘당신을 늘 지켜보고 있어요’

많은 여성의 이상형을 극대화한 캐릭터도 있다. 재력. 학벌. 외모. 집안까지 남자 주인공에 못지않지만.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한 여자를 향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인물이다. 여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으며 어려움이 처해 있을 때는 빛의 속도로 달려온다. 부드럽고 따뜻한 성격이 특징이다. MBC ‘여명의 눈동자’의 장하림(박상원). SBS ‘모래시계의’ 재희(이정재). MBC ‘엄마의 바다’의 최승주(독고영재) 등이 이러한 유형의 전형이다.

최근에는 ‘꽃보다 남자’의 윤지후(김현중). ‘미남이시네요’의 강신우(정용화). ‘성균관 스캔들’의 문재신(유아인) 등이 사랑의 보디가드 계보를 이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단순히 사랑의 패자가 아니라 한 남자의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진화해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윤지후는 사랑하는 여인 금잔디(구혜선)와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됐고. 강신우는 결별의 위기에 처한 남녀 주인공(장근석-박신혜)을 다시 만나게 하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문재신은 김윤희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 한층 성숙한 남자로 성장했다.

◇캔디녀. ‘명랑한 민폐 덩어리’

긴 생머리의 청순녀들을 밀어내고 최근 압도적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캐릭터 유형이다. 남자 도움은 사절. 스스로 해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지만. 엉성한 성격 탓에 주위에 ‘민폐’를 끼치는 것이 특징. 코믹 요소가 다분해 드렌디 드라마의 단골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캔디녀 드라마의 원조격은 고(故) 최진실 주연의 MBC ‘별은 내 가슴에’다.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캔디녀 곁에는 항상 악녀들이 존재하고. 드라마는 항상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된다.

근래 들어 드라마 속의 캔디녀는 독립적인 기질이 강한 자수성가형과 넓은 오지랖으로 사사건건 말썽을 일으키는 민폐형으로 나뉜다. MBC ‘대장금’의 서장금(이영애). MBC ‘동이’의 동이와 SBS ‘찬란한 유산’의 고은성(이상 한효주)가 전자에 해당한다. 반면 KBS2 ‘풀하우스’의 인터넷 작가 한지은(송혜교)은 돈을 지나치게 밝히는 속물형 캔디. SBS ‘씨티홀’에서 여자 시장에 출마하는 신미래(김선아)는 욱하는 성격이 앞서는 민폐형 캔디라고 할 수 있다. MBC ‘개인의 취향’에서 미련할 만큼 남을 잘 믿는 가구 디자이너 박개인(손예진)은 엉성한 캔디녀로 설정됐다.

이러한 스테디셀러 캐릭터에 대해 KBS 드라마국 곽기원 책임프로듀서는 “드라마 속에는 예측 가능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캐릭터에 훨씬 몰입도가 높다. 이들 스테디셀러 캐릭터는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를 빨리 예측하고. 감정이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치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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