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 합창단’ 디바 배다해-선우 “우리 정말 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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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9-13 00:00
입력 2010-09-13 00:00
KBS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을 통해 요즘 온 국민이 합창의 세계에 풍덩 빠졌다. 인간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하모니가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울까.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감미롭게. 청아한 울림을 전해주는 남격 합창단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소프라노 솔로 파트를 맡고 있는 크로스오버 밴드 ‘바닐라루시’의 보컬 다해(27)와 뮤지컬 배우 겸 리포터 선우(25)다.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배다해. ‘폭발적인 가창력’의 보유자 선우. 두 디바를 만나 지난 3개월의 땀과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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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아니 동지죠!

3개월 전. KBS 예능국에 ‘합창단 모집’이라는 공고가 붙었다. 나이·연령·직종·경력에 상관없다는 조건을 보고 무심코 신청서를 접수했던 두 사람. 단원이 되고 나서야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다고 했다. 선우는 “뮤지컬은 여러 작품 했지만 박칼린 감독과는 처음이었어요. 지인들한테 물어봤더니 ‘박 감독님이 하신다니 너무 잘됐다. 그런데 너 설렁설렁하면 안 될거야’라고 하더라구요. 하루 10시간씩 연습한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선우에 비해 성악을 그만둔 지 오래됐던 다해는 더욱 고생이었다. 그는 “원래 성악 호흡이 일주일만 안 해도 흐트러지는데 저는 손 놓은지 4년이었거든요. 노래를 하면 힘이 달리니까 몸이 흔들리고. 그때문에 혼날 땐 속상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라고 말했다.

남격 촬영일인 매주 목요일이면 아침부터 오후까지. 오후부터 밤까지 밥 먹는 시간 빼고는 종일 연습했다. 합창단의 첫 곡 ‘넬라 판타지아’의 솔로 파트를 담당한 두 사람은 고생도 두 배였다. 오죽하면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테이프 갈고 합시다’와 ‘밥 먹고 합시다’ 였을까.

“주변에서는 경쟁관계라 정말 친한지 물어보시는데요. 정말 친해요. 털털하고 뒤끝 없는 성격도 비슷해서 죽이 잘 맞죠.”(선우)

“처음에는 둘다 성악을 했던 터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솔로 파트를 맡으면서 함께 고생하느라 엄청 친해졌죠.”(다해)

매주 목요일 만나는 습관이 붙어서 요즘도 문자메시지로 서로 안부를 챙긴다. 가장 최근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우리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와 ‘서로에게 도움되는 사람이 되자’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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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난 젊으니까요!”

아마추어 단원들에 비해 빼어난 실력이 돋보였던 두 사람은 모두 성악전공자다. 다해는 연세대 성악과. 선우는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성악가라는 같은 꿈은 대학 졸업 무렵 서로 다른 길로 나뉘었다.

선우는 미국 뉴욕에서 뮤지컬이라는 운명을 만났다. “뉴욕대가 성악으로 유명해서 학교를 알아보려 갔다가 뮤지컬에 푹 빠졌어요. 바로 저 무대에 서고 싶어졌죠.”

한국에 돌아와 국민대 뮤지컬시어터과에 진학한 선우는 ‘마술피리’(2006년) ‘돈주앙 서바이벌’(2008년) ‘나비부인’(2010년)을 통해 차곡차곡 경력을 쌓았고. 우연한 기회에 KBS2 ‘연예가중계’ 리포터가 됐다. 남격 합창단 생활은 그에게 잊었던 노래에 대한 미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단원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에게 ‘넌 앞으로 뭘 할거니?’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합창대회가 끝난 뒤 쫑파티에서 김국진 선배도 같은 질문을 하셨죠. 그래서 ‘뭘할까요?’하고 되물었더니 답을 주셨어요.”

속깊은 인생 선배 김국진이 들려준 답은 “너 젊다. 무엇이든 해봐라”였다. “연기를 하든. 노래를 하든. MC를 하든. 많은 것에 도전하고. 또 많이 실패해봐야 내가 찾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대로 뭐든지 열심히 더 해볼 생각이에요”

최근에는 소녀시대의 ‘지’(gee). 이효리의 ‘유고 걸’등을 작곡한 이트라이브로부터 함께 작업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10월초 가수로서의 첫 앨범이 나온다.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는 선우는 “앞으로도 열심히 나의 길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다해 “날아라. 비행소녀!”

다해는 대학 졸업 무렵 집안 사정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고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클래식을 가미한 크로스오버 밴드 바닐라루시의 첫 앨범이 나오기까지 4년. 참 많은 길을 헤매다녔다고 했다.

“대학 졸업하고 친구들은 대부분 유학을 떠났어요. 저는 돈을 벌고 싶었죠. 맨 처음 도전한 건 팝페라였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시행착오를 하다가 올해 초에야 비로소 팀을 꾸리게 됐어요.”

데뷔 앨범 ‘비행소녀’가 나온 게 지난 6월이니. 9월에 온 국민이 알만큼 유명해진 것은 신인으로서 대단한 행운인 셈이다. 오디션에 처음 참가할 때만 해도 이런 유명세는 생각도 못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던 지난 몇개월은 혼이 나갈 정도였다. “난생처음 겪는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극도로 혼란스러웠어요. 방송에 나오고 3주 정도는 너무 예민했죠. 다행히 멤버들 덕분에 지금은 많이 적응됐어요.”

그는 하얀 얼굴에 긴 속눈썹. 신비로워 보이는 얼굴 뒤에 선머슴 같은 면을 갖고 있다. 술을 한 잔도 못 마시지만. 콜라만 먹고도 취한 듯이 잘 놀고. 대학 시절엔 성악과의 치어리더 노릇도 했다. 화제가 됐던 앨범 재킷 속의 금발머리도 마냥 재미있었다고 했다. 정신없던 예능 신고식을 마친 그는 다시 바닐라루시의 보컬 다해로 돌아갈 생각이다. 가수로서의 포부를 물었다. “바닐라루시를 좀 더 알리고 싶어요. 음악적 기반도 더 튼튼하게 하고 싶고요.”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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