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연’ 이승형 “매니저없이 11년된 SUV 35만킬로 주행”
수정 2010-07-12 11:16
입력 2010-07-12 00:00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에 출연중인 그는 최근 드라마의 연출담당인 한 FD의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얘기를 듣고 FD 몰래 동료 연기자들의 뜻을 모아 십시일반으로 520만원을 거둬 병원비로 전달했다. 그동안 연기생활을 하면서 촬영 현장의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지난해 SBS ‘찬란한 유산’의 표집사와 최근 ‘자이언트’에서 노련한 재벌 고문변호사까지 고급스러움이 묻어난 간결한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그는 홀로 차를 몰며 전국의 세트를 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9년에 구입한 SUV로 11년간 주행거리만 35만 km에 달한다. 전국을 돌며 잦은 고장을 일으켰지만 별 문제는 없다. 자동차정비 자격증이 있어 웬만한 고장은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오랜 무명시절의 산물이기도 하다.
1992년 SBS 공채 2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했지만 연기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처음 1.2년간 단역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이후에도 발전이 없더라구요. 생활고로 중장비자격증. 자동차정비자격증 등을 땄죠. 지게차도 몰고 카센터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미용실. 중국집도 했죠. 다 망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제일 잘 하는 기술은 연기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어도 연기에 올인하기로 했죠”라며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연기에 대한 열망으로 이제는 배역의 비중을 가리지 않았다. 크레딧 맨 끝에 이름을 올려도 좋다. “배역에 비중같은 것은 없어요. 작은 역이라도 의미를 담고 있죠. 현장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 처럼 좋은 것은 없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출연하는 것 처럼 즐거운 것도 없고요. 꼭 필요한 역할이면 그게 바로 주연이죠.”
2005년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년간 15편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쳤다. 올해만 ‘산부인과’를 시작으로 ‘자이언트’까지 벌써 4편의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비중을 떠나 맡은 역에 최선을 를 다하는 모습이 방송관계자들의 러브콜을 잇게 했다.
매니저없이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매니저가 있었다면 여러 면에서 편했을 거예요. 출연료 협상이나 광고출연 등 여러 면에서 편했겠죠. 하지만 매니저 중심이면 연기자들과 친해지기 어려워요. 직접 부딪혀야 연기자들 뿐만 아니라 방송관계자. 스태프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져요”라며 나름대로의 장점을 밝혔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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