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서른 다섯 ‘늦깍이 신인’의 행복
수정 2010-03-15 00:00
입력 2010-03-15 00:00
서울 논현동 집에서 인터뷰 장소인 문래동까지 30분만에 날아오느라 매니저도 버리고(?)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고 했다. “속도위반 딱지 좀 날아오겠는데요?”라는 물음에 “조심하긴 했는데. 아마 그렇겠죠?”라며 웃었다. 무슨 일이든 야무지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 김혜진의 일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해 KBS2 ‘아이리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린 김혜진은 여자 연기자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28세에 데뷔한 늦깍이 신인이다. 7년동안의 긴 무명생활은 그에게 연예계를 바닥에서 천장까지 속속들이 가르친 시간이기도 했다. 뒤늦게 연예계에 뛰어들어 소속사도 없이 200편의 CF를 찍고. 3편의 영화. 5편의 드라마. 3개의 프로그램 MC를 따냈다. 차곡차곡 쌓은 인맥은 휴대폰 속 2000개의 주소록으로 남았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지금 당장 연예기획사를 차려도 성공할거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탄탄한 내공을 쌓아 오늘의 김혜진이 됐다. 그는 “데뷔 이후 지난 7년동안 단 하루도 안쉬고 달려왔어요. 오디션부터 스케줄관리. 메이크업. 코디네이션. 출연료 정산까지 혼자 다했죠. 저에게 지금 상황은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지난해가 신고식이었다면 올해는 7년 내공이 폭발하는 본무대. 김혜진은 탤런트 겸 MC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KBS2 ‘달콤한 밤’에서 신동엽과 더블MC를 맡았고. 내주 첫 방송되는 MBC대하사극 ‘동이’에서는 주인공 동이(한효주)를 돕는 장악원의 기녀 설희로 출연한다. 이 과정에서 동이의 오빠인 동주(정성운)와 애절한 사랑도 그려가게 된다. 그는 “이병훈 감독님 설명에 따르면 설희는 사랑에 있어서는 황진이. 용기와 의리에 있어서는 잔다르크급 여인이에요. 기녀라기보다는 예인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질 예정이에요”이라고 말했다.
김혜진은 드문 이력을 갖고있다. 홍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회사에서는 26세에 최연소 부장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학교친구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탄탄대로를 포기한 미련은 없을까. “사람들마다 다 자기의 때가 있는 것같아요. 28세에 연예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의아했겠지만. 저는 그때서야 비로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약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다면 겁나서 못 뛰어들었을 거에요. 숨이 턱에 차도록 열심히 살고.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해요.”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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