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요대상을 통해 본 가요계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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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2-03 13:45
입력 2010-02-03 00:00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가수(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서울가요대상’은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하며 전통과 권위의 ‘뮤직 어워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990년 초대 대상자인 ‘홀로 된다는 것’의 변진섭으로 시작된 서울가요대상은 20여년 동안 국내 대중가요의 흥망성쇠와 호흡을 같이하며 팬들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서울가요대상의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시기별 유행 코드와 스타 탄생의 경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심사위원들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눈과 앨범 판매량. 인기도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서울가요대상만의 심사 선정의 기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19회를 꾸준히 이어오면서도 흔들림 없이 최고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1970년대 가요계는 주로 포크송과 팝 뮤직의 황금기였다. 이어 80년대는 슈퍼스타 조용필과 록. 트로트. 그리고 발라드의 융성이 두드러졌다. 1990년대에 들어 랩과 댄스 뮤직이 조금씩 꿈틀거렸으며 발라드는 여전히 강세를 띠었다. 우리 가요계에서 1990년대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이 시기에 신세대의 등장과 이들의 감성을 대변하는 대중가요가 빅히트를 치면서 새로운 대중문화 트렌드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서울가요대상이 1990년에 신설된 것은 이러한 가요계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서울가요대상을 통해 우리 가요계의 지난 20년을 되짚어본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1990년대 초 태진아를 비롯해 주현미. 현철. 김정수. 김지애 등 트로트 가수가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또 한 축에는 ‘홀로 된다는 것’의 변진섭.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신승훈.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의 이상우. ‘바라볼 수 없는 그대’의 양수경 등 발라드 가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1990년 서울가요대상 초대 대상은 ‘발라드의 제왕’ 변진섭. 이듬해 제2회 시상식에서는 ‘거울도 안보는 여자’로 태진아가 영광을 차지했다. 1992~93년은 ‘난 알아요’로 폭풍 같은 인기를 모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독무대였다. 서태지. 양현석. 이주노 등은 음악. 패션. 헤어스타일. 댄스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은 3회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함께 대상까지 받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으며 4회 시상식에서 ‘하여가’로 대상을 차지해 2년 연속 정상에 서는 또 한 번의 기록을 세웠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기점으로 가요계는 1990년대 말까지 랩. 힙합. 레게 등 다양한 댄스 음악이 주류를 형성하면서 앨범 판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아이돌 그룹의 대명사로 일컬어진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그리고 김건모. 김원준. 룰라. 투투. DJ DOC. Ref. 클론. 터보. 엄정화. 박진영 등이 댄스 음악을 이끌었다.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와 함께 샛별처럼 등장한 그룹 HOT는 1997년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 이어 1998년 ‘열맞춰’로 서울가요대상 2연패의 쾌거를 이뤘다. 1995년에는 혼성 그룹 ‘룰라’가 ‘날개 잃은 천사’로. 1996년에는 댄스 듀오 ‘클론’이 ‘꿍따리 샤바라’로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90년대 가요계에서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김건모. 조성모는 빼놓을 수 없다. 김건모는 1994년 제5회 시상식에서 ‘핑계’로. 그리고 7년 후인 2001년 제12회 시상식에서 ‘미안해요’로 두 차례 대상을 차지했다. ‘발라드의 귀재’ 조성모 역시 1999년 ‘포 유어 솔’(For Your Soul). 2000년 ‘다짐’으로 거푸 대상을 받았다.

◇한류 열풍과 디지털 싱글

2000년 초 가요계는 한류 열풍과 함께 성장했다. 특히 드라마. 영화 OST와 앨범의 인기를 통해 아시아권 스타로 발돋움한 한류 가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보아를 비롯해 신화. 동방신기. 비. 신승훈. 장나라 등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의 콘텐츠의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음반판매량은 급격히 줄었다. 2001년 1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음반은 컴필레이션 음반인 ‘이미연의 연가’ 외에 god 4집(143만장). 김건모 7집(135만장)이 있었으나 2002년에는 쿨의 7집이 65만 장으로 1위를 하는 초라한 성적을 보였으며 이를 기점으로 음반판매량 100만 장 시대가 막을 내렸다.

대신에 음악 장르는 R&B. 힙합. 댄스. 미디엄 템포 등 전보다 훨씬 세분화하고 다양해졌다. ‘소몰이 창법’의 박효신과 SG워너비. 그리고 박정현. 휘성. 빅마마. 박화요비.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은 R&B 인기를 주도했다. 또한. 1999년부터 매년 최고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발라드 여제’ 이수영과 2006년 화려하게 재기한 백지영을 비롯해 왁스. 양파. 테이. 이루. 성시경 등이 발라드를 이끌었다. 댄스 부문에서는 이효리. 보아. 핑클. 신화. god. 코요태. 쿨 등이 활약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트로트는 2004년 장윤정이 ‘어머나’로 빅히트를 치면서 ‘신세대 트로트’라는 장르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가요대상은 2002년 보아(넘버원). 2003년 이효리(텐 미니츠). 2004년 신화(브랜드 뉴). 2006년 동방신기(“O”-정반합) 등에게 대상의 영광을 안겨줬다.

◇아이돌 그룹의 거침없는 질주

2007년 가요계에는 세대교체를 선언한 아이돌 그룹의 등장으로 변화가 왔다. 그룹 빅뱅을 비롯해 슈퍼주니어. 샤이니. FT아일랜드 등과 걸그룹 소녀시대. 원더걸스. 브라운아이드걸스. 씨야 등이 앨범 판매에서 디지털 싱글 등 음원 다운로드로 변화한 가요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안무. 그리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패션 스타일 등을 앞세운 빅뱅은 ‘거짓말’ ‘마지막 인사’ 등을 히트시키며 2007년 가요계를 결산하는 제17회 대상을 차지했다. 제18회 시상식에서는 여자 5인조 그룹 원더걸스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원더걸스는 히트곡 ‘노바디’를 들고서 지난해 봄 미국 빌보드 시장에 진출.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서 76위를 기록했다.

올해 가요계에도 걸그룹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 그룹이 강세를 띨 전망이다. 소녀시대. 카라. 브라운아이드걸스. 다비치 등 기존 걸그룹에게 2NE1. 포미닛. 애프터스쿨. 티아라. 레인보우. 에프엑스 등 신예들이 도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또한. 남성 그룹에서는 2PM. 슈퍼주니어. 빅뱅. 2AM 등과 신예 엠블랙. 비스트. 씨엔블루 등이 신세대 팬층을 거침없이 공략할 것이다. 이승철. 바비킴. 이효리. 김종국. 백지영. 에픽하이. 김태우 등 기성 가수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김용습기자 snoop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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