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가까이 숨막히게 진행된 STV 특별기획 ‘발리에서 생긴 일’(김기호 극본·최문석 연출)이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발리로 떠나 촬영을 시작한 후 매일 같이 밤샘작업을 하며 숨가쁘게 보냈다. 또 중반 이후부터는 하루하루 쪽대본으로 작업이 이뤄지면서 방영 당일 오전까지 촬영을 강행해야 했다.
자신을 둘러싼 두 남자, 재민(조인성)과 인욱(소지섭)보다 큰 비중으로 극의 중심축에 선 하지원은 더없이 빡빡한 스케줄에 끌려다녔다. 다행히도 높은 시청률이 나오기 어렵다는 주말 밤에 편성됐는데도 35% 가까운 기록을 냈고 7일 마지막회에는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 보람은 크다.
재벌 2세 재민과 미남형 엘리트 인욱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수정’ 역을 연기하면서 하지원은 “연기자로서 성장의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남자 사이를 방황하면서 때때로 속물근성까지 드러내는 수정이 보편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캐릭터였기 때문. 자연스럽게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수정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줏대 없는 성격이 마음에 안든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지원은 “수정은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덧붙인다. “슬픈 일을 당하면 완전히 실의에 빠져 밥도 못먹고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그동안의 드라마에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수정이는 실연을 당하고, 또 어른들에게 손찌검을 당해 밤새 울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꾸역꾸역 퍼먹는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사실 대다수 여자는 헤어지고 펑펑 울어도 밥을 먹는다. 결국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남자를 오가는 애정 행보에 대해서는 하지원 자신도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대본을 받으면 막막했다. ‘도대체 얘가 왜 이럴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주위 사람들, 작가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