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영웅 제주마 ‘레클리스’ 동상, 26일 위용 드러낸다
강동삼 기자
수정 2024-10-09 10:48
입력 2024-10-09 08:54
26일 제주마축제때 동상 제막식
6개월간 실물크기 제작 최근 완성
네바다전투때 물자·부상병 이송 일등공신
미국서 5개 훈장·미군 최초 말 부사관 돼
1997년엔 링컨 등과 함께 100대 영웅 꼽혀
오영훈 지사 “한미동맹 중요성 인식하게 되길”
한국전쟁 영웅 ‘레클리스’(Reckless)의 동상이 완성돼 고향 제주에서 위용을 드러낸다.
제주도와 힌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제주마축제 행사기간인 오는 26일 렛츠런파크 제주(제주경마공원)에서 ‘전쟁영웅 레클리스 전신 동상 제막식’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힌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6개월동안 제작과정을 거쳐 지난 7일 제주경마공원에 설치했다”며 “다리에서 목(어깨)까지 1m 40 실물크기로 제작됐으며 제막식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1949년 7월 제주에서 태어난 암말 ‘레클리스’는 한국전이 발발하자 미해병대의 일원으로 입대해 차량이 갈 수 없는 험한 길을 달리며 포탄이나 물자 수송, 부상당한 병사 이송 임무를 도맡았다. 다른 말들과 달리 영리해서 한 두번 동행하면 혼자 보내도 길을 찾아냈으며 부상당한 병사들을 데리고 복귀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특히 1953년 3월 연천지역에서 중공군과의 대규모 전투인 일명 ‘네바다 전투’에서는 닷새 동안 쉼 없이 물자를 옮기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뜻의 ‘레클리스’라는 이름도 이때 붙여졌다.
정전협정 후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무공훈장 등 5개의 훈장을 받았고, 1959년에는 하사 계급장을 받아 미군 최초의 말 부사관이 됐다. 1960년 명예전역한 레클리스는 1968년 세상을 떠났다.
레클리스는 사람이 아닌 군마로는 유일하게 1997년 미국의 ‘라이프’ 지에서 조지 워싱턴과 아브라함 링컨, 마틴 루터킹, 마더 테레사 등과 함께 100대 영웅에 포함돼 어깨를 나란히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 해병대유산재단(MCHF)는 지난 2013년 7월 미국 버지니아주(州) 국립해병대박물관 옆 야외 공원에 레클리스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다. 현재는 국립해병대박물관 외에도 캘리포니아주 미해병대 베이스캠프인 펜들턴해병기지, 켄터키주 렉싱턴호스파크, 일리노이주 베링턴힐스, 텍사스주 포트워스 국립카우걸박물관, 플로리다주 오칼라 월드승마센터 등 총 6군데에 세워져 있다. 한국에는 2016년 연천군에 ‘레클리스 공원’이 조성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0월 정책 공유회의에서 제19회 제주마 축제에서 레클리스 제막식이 열리는 것과 관련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제주에서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와 더불어 천연기념물 제주마의 우수성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에서도 제주마 경주를 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생각의 폭을 과감하게 넓히고, 말의 고장 제주의 위상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26~27일 개최되는 제19회 제주마축제에는 한국전쟁 영웅 ‘레클리스’를 기념하는 제막식과 더불어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대상경주가 마련된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말관련 체험 위주 이벤트에서 벗어나 드론 라이트쇼와 위댐보이즈, 포레스텔라 등 유명가수가 출연하는 슈퍼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며, 60여 개의 홍보 및 체험 부스가 준비된다”며 “올해 예상관람 인원이 3만명쯤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도는 지난 5일 임진왜란 당시 헌마를 통해 국난극복에 기여한 헌마공신 김만일을 기리는 행사인 의귀말축제를 시작으로 이달 한달간 제주 고유의 말 문화축제와 체험행사를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18~20일 고마로 일대에서 고마로 마(馬) 문화 축제가 열리며 25~27일에는 제주대 말산업전문양성센터에서 제주 아시아 승마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
강재섭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말 문화 관광의 달을 맞아 말의 고장 제주에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준비된 만큼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도 지역 말 관련 역사·문화의 보존관리와 제주산 말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주 강동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