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더 미드와이프
수정 2018-03-18 21:57
입력 2018-03-18 18:04
35년 만에 돌아온 새엄마의 ‘시한부 고백’
소크라테스는 델포이 신전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받았다. 그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의 지혜는 고대 그리스에서 최고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똑똑하다고 알려진 사람들과의 논쟁에서 항상 이겼으니까. ‘나는 내가 진리를 모른다는 것만 안다’고 겸손해하던 소크라테스는 ‘나는 진리를 안다’고 자부하던 소피스트들을 거듭된 질문으로 무너뜨렸다. 그는 문답법을 통해 상대가 깨달음의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즉 자기의 무지를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소크라테스는 이를 ‘지혜를 낳는 영혼의 조산술’로 불렀다. 이런 명칭은 그의 어머니 파이아레테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조산사였다.
35년 전 아빠와 자신을 두고 떠났던 그녀가 이제 와 왜 연락을 한 것일까. 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용서하지 않았으나 만남을 피하지도 않는다. 그때 우리를 버렸던 이유가 대체 뭐였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컸으리라. 베아트리체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대책 없이 당당하다. 그녀는 클레어에게 말한다. “나 암에 걸렸어.” 낳아 준 엄마보다 더 애틋했던, 하지만 혼자 도망쳤던, 그러다 갑자기 나타나 시한부 인생을 고백하는, 애증의 새엄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클레어는 난감하기만 하다. 사정을 들은 남자 친구 폴(올리비에 구르메)이 묻는다. “난 무시할 것 같은데 당신은 안 돼요?”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2018-03-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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