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임약군’은 번듯한 직장에, 넓은 집까지 가진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정작 ‘서른’이라는 나이를 코앞에 두고 자신을 잃어버리는 인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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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황천락’은 안정적이지 않은 삶에서도 항상 밝고 활력이 넘친다. 매 순간을 즐길 줄 알고, 때론 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긍정의 아이콘으로, 영화 내내 작고 큰 웃음을 선사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은 ‘황천락’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조우한다. 여행을 떠나며 비워둔 ‘황천락’의 집에 들어간 ‘임약군’은 그의 기록이 곳곳에 묻어있는 집에 머물며 자신이 잃어버렸던 삶의 무언가를 되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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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두 인물에 자신을 이입, 그들의 삶을 통해 다가올 시간 혹은 지나쳐 버린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일과 사랑, 결혼 등 삶에 놓인 수많은 과제 앞에서 헤매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작은 용기가, 또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 매너리즘에 빠진 누군가에겐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영화의 제목은 ‘서른’이라는 나이에 방점을 찍었지만 사실 서른이 아니라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다. 영화를 보는 동안 각기 다른 나이의 우리는 같은 시간에 머물게 된다.
‘나의 서른에게’는 ‘반길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서른’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해답을 주진 않는다. 다만 영화 속 대사처럼 성공은 하나의 결과일 뿐이고, 우리의 삶에서 선택의 순간은 꽤 소중하다고 상기시킨다. 그리고 갈피를 잃은 우리에게 끝없이 말한다. “그래도 괜찮다”라고.
나의 서른에게. 105분. 15세 관람가
사진=영화 ‘나의 서른에게’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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