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영화] 단지 세상의 끝
수정 2017-01-12 23:11
입력 2017-01-12 22:48
가족 곁에 돌아온 불치병 아들 12년 만에 만난 이들의 끝은…
“인생엔 누가 뭐라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수없이 존재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수없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 오랜 시간 끝에 내 발자취를 되짚어가기로 했다. 나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여정을,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환상을, 보여 주기 위해.” 영화 ‘단지 세상의 끝’에서 그자비에 돌란 감독은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환상’을 재현하는 동시에 깨부수려 한다. 그의 말대로 이 작품의 성패는 “이미 발화된 것과 발화되지 않은 것,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데 달려 있다. 그렇지만 ‘어떤 것을 안다’와 ‘어떤 것으로 만든다’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난해 칸영화제 상영 당시 ‘단지 세상의 끝’에 대한 평은 좋지 않았다. “그자비에 돌란의 놀라운 성숙”이라는 호평보다 “감독의 과도한 자의식이 영화를 망쳤다”는 혹평이 많았다. 당연히 수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런데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이 영화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돌란은 눈물을 흘렸고 객석에서는 탄식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칸영화제의 결정이었다. 스무 살에 만든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부터 돌란은 유독 칸영화제의 주목을 받았다. 분명 돌란이 가진 영화적 재능은 비범하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칸영화제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2017-01-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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